판다처럼 눈 주위가 까만 이 돌고래의 이름은 ‘바키타 돌고래’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장난감처럼 생기기도 한 이 돌고래는 이제 지구상에 단 10마리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키타 돌고래의 이름은 ‘작은 소’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몸집이 최대 150cm밖에 되지 않아 웬만한 성인 여성보다도 작은 크기입니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인간에게 처음 발견된 이후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 바키타 돌고래를 검색해보면 바키타 돌고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015년의 자료에 따르면 100마리가 생존해 있다고 하는데, 2017년 약 30마리가 생존해 있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며, 2023년의 자료에 따르면 8마리 정도만 생존이 확인된 상태라고 합니다. 최근 8년간 10분의 1 이상으로 개체 수가 감소한 것입니다.

바키타 돌고래가 이렇게 빠르게 멸종되고 있는 이유는 역시 인간 때문입니다. 멕시코의 캘리포니아만에서 서식하고 있는 바키타 돌고래는 다른 어종을 잡기 위해 펼쳐놓은 자망에 걸려 죽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자망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얇은 그물을 말합니다. 문제는 잡으려는 다른 어종 또한 멸종위기종이라는 것인데요. 멸종위기종 ‘토토아바’를 중국과 거래하기 위해 포획하면서 동시에 두 종의 멸종위기 동물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키타 돌고래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정한 멸종위기 등급 중 위급등급(CR)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최근 확인된 개체 수 8마리도 모두 생존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올해 멸종하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남아있는 종이 너무 부족하다 보면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교배를 해야 하는데 8마리 이하로 남아있는 상황이라 근친교배를 해야 합니다. 근친교배를 할 경우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고 돌연변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키타 돌고래의 경우 근친교배를 하더라도 이에 따른 위험성이 다른 종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불법 어획입니다. 아무리 바키타 돌고래가 자연 번식해 개체 수를 늘려 놓더라도 불법 어획이 계속되면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돌고래의 경우 포유류이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마리의 돌고래만 낳을 수 있어 자연 교배로 개체 수를 늘리기에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바키타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 자망 어업부터 단속해야 합니다. 멕시코 정부는 불법 어획을 막기 위해서 캘리포니아만 근처에서의 상업적 어업을 금지하고 어민들이 다른 구역에서 어업을 계속할 수 있게 보상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이어져 온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멸종을 막는 데 별 효과가 없자, 멕시코 정부는 바키타 돌고래가 서식하는 지역을 무관용지역(ZTA)으로 설정하고 불법 어획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바키타 돌고래의 멸종 위기를 막기에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망친 생태계는 인간이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