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물범처럼 보이던 이 동물. 눈밭을 빠르게 기어다니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머리를 부풀리기 시작합니다. 코 쪽에서 빨간 주머니를 밖으로 빼내고는 머리를 마구 흔듭니다. 영화에 나오는 괴물을 보고 있는 것 같이 믿기지 않는 행동. 사실 이 행동은 수컷에서만 나타나는 구애 행위라고 합니다. 두건물범의 붉은 코 주머니는 그 크기가 축구공의 2배 크기까지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신비한 동물의 이름은 두건물범입니다. 마치 사람이 입는 옷처럼 생긴 얼룩져 있는 털로 뒤덮인 온 몸이 특징입니다. 두건물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개체 수는 현재 34만 마리 정도로 파악되고 있어 다른 멸종위기종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수이지만 멸종위기종 취약 등급(VU)으로, 앞으로 몇 달이나 몇 년 안에 높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린란드 주변으로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 서식하고 있는 두건물범은 불법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두건물범의 불법 포획이 문제가 된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겨울 옷을 연상시키는 생김새 때문인지, 두건물범은 모피를 얻기 위한 사람들로부터 자주 사냥당했습니다. 특히 태어난 지 1년 미만의 새끼 두건물범은 청회색 빛의 털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외적인 특징 때문에 ‘블루백’으로 불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블루백의 모피를 통해 코트를 만들기 위해 새끼 두건물범을 무분별하게 포획했습니다. 결국 1972년 MMPA(Marine Mammal Protection Act)은 두건물범을 보호하기 시작했지만, 그 뒤에도 불법적 포획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어 198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블루백 수입을 금지했고, 1987년 캐나다는 두건물범의 상업적 포획을 금지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노력으로 인해 두건물범은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제재에도 불구하고 두건물범은 여전히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됩니다. 오징어나 문어, 새우같은 것을 잡아먹는 두건물범은 어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어민들에 의해 도살을 요구받기도 했는데요. 두건물범은 이미 어업에서 사용하는 어망에 걸려 죽고 있습니다.

두건물범이 코 주머니를 부풀리는 유튜브 영상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재미있다’, ‘웃기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는데요. 사람들이 두건물범의 코 주머니에 관심을 갖는 만큼 두건물범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불법적 포획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